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만드는 국내 중견기업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 이겼다. 그런데 그 승소가 오히려 10년의 시련으로 이어졌고, 지금 그 결과가 다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글에서는 소송의 배경부터 최근 삼성전자가 다시 한미반도체를 찾게 된 이유까지 정리했다.
이기고도 10년... 삼성이 결국 돌아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2011년 한미반도체는 삼성전자 자회사 세크론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소잉 앤드 플레이스먼트' 장비 관련 특허 4건을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삼성전자 매출은 200조원대, 한미반도체는 2,000억원대로 규모 차이가 워낙 커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왔다.
결국 승소했다
2012년 5월 특허심판원은 한미반도체 특허권이 유효하다고 심결했다. 같은 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세크론의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장비 생산·판매 금지와 함께 21억 8,361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서울중앙지법, 2012.9).
다만 이 금액은 청구액 전부가 아니라 특허 기여도를 10%로 한정해 산정한 액수다. 200억원 전액 배상으로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이겼는데도 결과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승소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했던 케이스다.
거래가 끊겼다
승소 이후가 오히려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와 거래를 완전히 끊고 일본 신카와의 열압착(TC) 본더 장비로 갈아탔다.
업계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후 한미반도체 직원은 삼성 공장 출입증조차 받기 어려울 정도로 관계가 단절됐다고 한다(한국경제, 2023.12).
10년의 정체기
최대 협력사였던 삼성을 잃은 여파는 컸다. 한미반도체 매출은 이후 10여 년간 2,000억원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겼는데 왜 손해를 봤나 싶을 수 있는데, 이 시기 실적을 보면 그 대가가 꽤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용한 반격, SK하이닉스와의 동행
같은 기간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았다. TC본더 기술을 고도화했고, SK하이닉스는 이 장비로 HBM3E 12단·16단을 양산하며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올라섰다.
신카와의 한계
반면 삼성전자는 대체 장비로 원하는 수율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다음뉴스, 2025.10). 기술 격차는 거래를 끊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업계 관계자 평가이며 삼성전자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다시 찾아온 삼성
2026년 2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발표했다. 같은 시기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은 마이크론 등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의 '두 번째 대형 고객'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LS증권 리포트 기준, 2026.6). 다만 완전한 관계 정상화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결국 기술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이 이 사례에 딱 맞는 것 같다. 관계가 끊겨도 필요하면 다시 찾아오게 되는구나 싶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2026년 1분기 한미반도체는 HBM 세대교체 공백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2분기 들어 SK하이닉스로부터 442억원 규모 TC본더 발주를 받으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헤럴드경제, 2026.6).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쪽의 HBM4 캐파 확대와 맞물려 발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리하면 소송, 거래 단절, 정체, 반격, 재협력 조짐 이렇게 다섯 가지 흐름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미반도체가 삼성 어느 계열사와 소송했나
A. 삼성전자 자회사 세크론이었다. 현재 세크론은 세메스에 합병됐다.
Q. 소송 배상금은 얼마였나
A. 21억 8,361만원이었다. 특허 기여도 10%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이다.
Q. 소송 이후 삼성과 거래가 완전히 끊겼나
A. 그렇다. 대신 일본 신카와의 TC본더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삼성과 한미반도체 관계는 지금 완전히 회복됐나
A.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회복 조짐으로 보고 있지만 공식화된 파트너십은 아니다.
Q. 한미반도체 실적은 언제부터 좋아지나
A. 증권가는 2026년 하반기부터 TC본더 발주 확대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7월 기준 정보이다. 최신 정보는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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